영화감상 <동주> 이준익 감독 

                                                                   

 

서사의 가장 극적인 소재는 언제나 그렇듯이 요절한 주인공이다.

스물 여덟에 생을 마감한 ‘식민지 청년’이라는 타이틀은 인물과 시대의식에 민감한 이준익 감독에게 울림이 되었으리라. 역사가나 문학평론가들 사이에서 윤동주에 대한 평가는 사실 냉정하다. 민족시인이라기 보다는 시대에 순응했던 인물로 보는 견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순응은 항복과는 다른 것이어서 동주를 보는 시선은 애틋하다. 

필자의 견해로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겪는 평범한 개인의 곡진한 자아가 천재 시인 동주의 시에는 담겨 있다. 이준익 감독 역시 그런 윤동주에 착안했던 듯하다. 

영화는 저항시인이다 독립운동가다 하는 후세대 사가들의 언어를 배재하고, 보통 청년 윤동주와 송몽규에 집중하고 있다. 독립운동가나 저항시인에 집중했더라면 이 영화는 영웅담이 되었을 뻔 했지만 보통의 청년들을 그려냄으로써 주권을 상실했던 우리의 과거를 담아내고 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70년 전 청춘들의 이야기는 21세기 청춘들에게도 공감과 자극을 안긴다.

어두운 시대상을 그려내기 위해 이 감독은 흑백영상을 붓으로 삼았다. 흑백필름은 그 터치의 잘잘못을 떠나 관객의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동주’ 역시 그 부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절제된 색의 매력인 것 같다. 흑백영상과 어울려 영화는 시종일관 담백하고 정중하다. 이렇다할 클라이막스가 없어 조금은 지루하다. 긴장감도 부족하다. 영화적 요소보다는 교육적 다큐로 접근하는 것이 더 알맞아 보인다. 세계사의 일부로 한국사를 배운 한인2세들에게는 그런 면에서 권할 만하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꿈 많은 청년 동주(강하늘 분),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할 거면 문학이 무슨 소용이냐며 펜 대신 총을 잡았던 행동하는 청년 몽규(박정민 분), 이 영화는 그러나 윤동주와 송몽규를 떠나 어두운 시대를 고민하며 살아갔던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동주’는 극장업만 해 오던 메가박스가 처음으로 제작에 뛰어든 작품이라는 면에서 기대를 갖게 했지만 그 내용과 전개는 마케팅을 뛰어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몽규로 분했던 박정민의 매력을 발견한 건 소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