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휴일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아침이다. 어제 오후부터 내린 비가 아직도 오다 말다를 한다.

 

오늘은 딸 혜진이가 며칠 휴일로 집에 왔다 다시 대학교로 운전해서 돌아간다. 집에서 빨리 가면 1시간 반 거리니 멀지는 않다.

 

엄마는 어제저녁부터 김밥 만들 준비를 했다. 달걀을 부치고 오이를 썰고 소시지를 삶아놓고. 학교가면 나눠 먹으라고 넉넉히 준비한다. 덕분에 막 만든 초밥 김밥으로 나까지 아침을 했다. 김밥 최고라는 칭찬을 여러 번 하니 그 신용도가 별로다.

 

엄마는 저리 바쁜데 아빠인 나는 무엇하나 하다 혜진이 차 안의 청소를 해주기로 했다. 다니는 곳마다 발에 묻혀드린 조각들로 차 밑바닥이 가득하다. 오락가락 하는 비를 피해 간신히 청소를 끝내고 들어오니 혜진이가 내려온다. 항상 안아 줄 땐 느끼지만, 허리에 살이 훵하고 어깨뼈가 만져지는 것이 안돼서 많이 먹으라고 한다. 깍쟁이 돈 아끼느라 제대로 사서 먹지도 않는 거겠지. 엄마는 고개를 잠시 돌린다. 곧 방학이라 내려올 텐데도 눈이 붉어지는 모양이다.

 

동네 돌아나가는 길목까지 혜진이 차 뒤를 바라보다 집에 들어오니 아들도 밖에 나간 뒤라 남은 두 사람만의 집안이 썰렁하다.

 

바람을 쐬러 뒷산 입구로 걸어갔다. 비는 그쳤으나 하늘은 아직도 거므스러운 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위로 난 길을 걷는데 저 앞 수로 낮은 곳에 두 사람이 서서 풍선을 날려 보내고 있다. 중년은 돼 보이는 백인 남녀로 여러 가지 색깔의 풍선을 놓아주고 있다.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봤다.

 

감청색 풍선이 바람을 타고 오르고 그 뒤에 연두색 풍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따라간다. 그 뒤론 노란색 주황색이 따라가고 빨간색은 무거운 듯 옆으로 가더니 저만치에서 위로 오른다. 하얀색은 바닥의 수풀 속에 머문체 꼼짝 않는다.

 

두 사람은 풍선들이 구름에 다가가는 모양을 한참 바라보더니 자리를 뜬다. 배낭을 멘 남자의 머리를 여자가 손으로 쓰다듬더니 입술을 갖다 대고 머리를 감싸준다. 잠시 서 있다 다시 걸어들 간다.

 

무슨 의식을 한 것일까 궁금하여 그들이 서 있던 자리로 내려갔다. 아직도 하얀색이 풀숲에 갇혀있다. 손으로 풍선을 들어 올려 그 안을 들여다보나 무엇이 안에 있는 듯하진 않다. 혹시 화장 후에 남은 재를 풍선에 넣어서 날려 보내나 했는데. 하얀 풍선을 들어서 멀리 날려보나, 가다가 다시 내려오고 만다. 

 

먼저 오른 풍선들은 이제는 보일듯 말듯 저 멀리 구름만 보이고, 그 두사람도 저 멀리 사라졌다.  혜진이도 지금쯤은 거의 다 갔겠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바람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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