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점심을 하러 걸어가던 중이었다.

 

전날 밤부터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가 보이려 한다.

건물 사이를 지나가는데 양 옆으로 노숙자 두 사람이 있다. 비를 피해서 왔나 보다. 한사람은 등을 돌리고 앉아있고 또 한 사람은 담요를 덮고 누워서 자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지나는 이 길에서 처음으로 노숙자를 본다. 단속을 심하게 하는지 이 동네에선 드문 모습이다.

 

지갑에서 지폐 한 장을 꺼냈다. 점심 한 끼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누워있는 사람의 담요 밑에 돈을 넣으려니 기척을 느꼈는지 눈을 뜬다. 아무말없이 돈을 밀어줬다.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인다. 눈을 깜빡이더니 다시 잠을 청한다. 아무런 말도 없다.

 

걸음을 서둘러서 지나왔다. 부페 식당에 들어서니 음식이 가득 나와 있다. 식사하며 아까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서른도 안돼 보였다.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아들을 찾으실 텐데. 친척들도 있을 수 있고. 어떤 이유로 저렇게 됐을까.

 

일주일이 지났다. 다시 그 길을 지나가게 됐다. 건물사이에 한사람이 누워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얼핏 보니 지난번 그 사람 같다. 오늘은 눈을 뜨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지갑을 뒤져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점심이라도 하라고 하면서. 받으면서 고맙다고 한다. 왠지 다음 주에도 또 볼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나를 기다리기라도 했나?

 

이 삼 주가 지나고 다시 그 길을 걷게 됐다. 따뜻한 가을날이다. 건물 사잇길을 들어서니 그 친구가 담배를 피우며 다가온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한쪽에는 또 다른 노숙자가 앉아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뒤에서 잔돈이라도 달라고 한다.

 

뒤를 돌아다 봤다. 나를 바라보고 있다. 멈칫했다. 지갑을 열고 지폐 한 장을 꺼내 줬다. "God bless you" 인사를 한다. 걸어가면서 뒤에서 하는 얘기가 희미하게 들린다. 아마도 자기들 끼리 “그것 봐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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