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집사람이 가자고 하는 곳이 있다. San Diego에 있는 Julian. 몇 년 동안 다녀왔지만, 올해에는 왕복 4시간의 운전 대신 가까운 곳을 갔다. San Bernardino의 Oak Glenn. 둘 다 사과 농장과 apple cider, pie가 유명하다.

 

집에서 한 시간 운전해서 도착하니, 벌써 농장 길 양옆으로 빽빽이 주차되어있다. 10월 중순이 지난 토요일이니 한창 몰려들 때다.

 

간신히 찾은 자리에 차를 세우고 나오니, 사과를 직접 따서 갖고 가는 u-pick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나뭇잎들 사이로 몇 안 남은 빨간 사과들이 보인다.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오고 거기에 맞추어서 흥을 돋는 노래가 들려온다. 어린아이들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사람도 보인다.

 

식당 앞에는 벌써 긴 줄이 늘어져 있다. 짧은 줄이 있어 보니 구운 옥수수와 핫도그를 팔고 있다. 그나마 고맙게 사 들고 한쪽 벤치에 앉았다. 직접 apple cider를 만드는 사람들이 앞에 보인다. 어린아이와 엄마가 열심히 기계를 돌리며 짜내고 있다.

 

참 맛없는 옥수수와 짠 핫도그도 있네 하며 점심을 마치고, 가게에 들러 사과 몇 봉지와 apple pie를 사 들고 길을 나섰다.

 

산길을 막 내려오니 오르면서 보았던 Sushi & Korean BBQ 식당이 보인다. 이런 곳에서 보는 Korean 간판이 반갑길래 한번 안이나 둘러보고 가자고 들어갔다.

 

2시가 넘은 시간 때문인지 한산하다. 종업원 아줌마가 반갑게 맞이한다. 아직 입가에 남은 소시지 짠맛도 없앨 겸 순두부나 주문해 나눠 먹기로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일본 노래가 나오고 스시바엔 손님이 하나 앉아있다. 음식이 나왔다. 밑반찬이 여느 식당에선 보기 힘든 것들이다.

 

숟가락이 하도 투박하길래, 군대에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그 숟가락 같다고 주인에게 농을 걸었다.

 

그 주인이 직접 만든 매실차를 마셔 보라며 큰 병에 가득 담아다 준다. 이런 귀한 것을 주세요 하니, 이번엔 총각김치를 먹어보라며 갖다 준다. 집사람이 이런 무는 오래간만이라며 그릇을 비운다.

 

더 있다간 또 무엇이 나올는지. 오랜만에 받아본 식당에서의 대접이다. 다음에도 들리자고 하며 식당 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 마음이 푸짐한 것이 음식 때문만은 아니리라. 가을 햇볕을 받으며 집사람은 옆에서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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